“내가 내 돈 주고 첩에게 아파트를 사주겠다는데, 국가가 무슨 상관이죠?”, “도박으로 빚을 졌으면 갚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당사자 간의 합의, 즉 ‘계약’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의 계약까지 법이 보호해줄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의 기본 질서를 해칠 때, 우리 민법은 제103조를 통해 그 계약에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바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이는 법률행위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가장 강력한 무효 사유입니다. 또한, ‘반사회적 법률행위’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무효가 됩니다.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사례와 판례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 효과 1 (절대적 무효): 누구에게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음. 선의의 제3자도 보호받지 못함.
- 효과 2 (불법원인급여): 반사회적 행위를 위해 이미 지급한 것은 돌려받지 못함 (민법 제746조).
- 효과 3 (추인/전환 불가): 무효인 행위를 나중에 인정(추인)하거나 다른 유효한 행위로 바꿀 수 없음.
- 판단 시점: 계약 등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때를 기준으로 판단.
- 1.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란?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도덕률, 윤리적 질서를 의미하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마다 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하여 무엇이 반사회적인지를 판단합니다. 대표적으로 정의 관념에 반하는 행위, 윤리적 질서에 반하는 행위, 개인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하는 행위 등이 해당됩니다.
- 2. 절대적 무효 (모두에게 예외 없는 무효)
반사회적 법률행위는 ‘절대적 무효’입니다. 이는 그 무효를 가지고 선의(몰랐던)의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첩 계약의 대가로 아파트를 증여받은 첩이 그 사실을 모르는 제3자에게 아파트를 팔았더라도, 원래 소유자는 제3자에게 “그 계약은 무효이니 아파트를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 3. 불법원인급여 (나쁜 짓에 쓴 돈은 못 돌려받는다)
민법 제103조 위반의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반사회적 행위를 원인으로 재산을 주거나 노무를 제공한 사람은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746조). 법 스스로가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람을 도와줄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도박 자금으로 빌려준 돈은 갚으라고 소송할 수 없고, 첩에게 증여한 아파트도 돌려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소유권은 반사적으로 수령한 첩에게 귀속됩니다.
모든 계약서는 깨끗한 물이 담긴 유리잔이라고 상상해보세요!
- 반사회적 행위 = 계약서에 독약을 타는 것
‘첩 계약’, ‘범죄 청부 계약’ 등은 계약이라는 유리잔에 사회질서라는 ‘독약’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 절대적 무효 = 오염된 물은 모두가 마실 수 없음
독약이 퍼진 물은 잔 전체를 오염시켜 누구도 마실 수 없게 됩니다. 독약이 들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선의의 제3자)이 마시려 해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 계약은 누구에게나 ‘마실 수 없는 물(무효)’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 불법원인급여 = 독극물을 건넨 손은 씻어주지 않음
내가 스스로 독약이 든 물 잔을 상대방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나중에 후회하며 “경찰 아저씨, 저 사람이 제 독이 든 물을 가져갔으니 돌려받게 해주세요!”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원(경찰)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의 손을 씻어주지 않습니다. 즉, 반환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문제 1: 甲은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지 않고 乙과 부첩관계를 맺는 대가로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증여하기로 계약하고 乙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 이 경우 법률관계는?
정답: 아파트 증여계약은 무효이며, 甲은 아파트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상세 풀이: 부첩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계약은 선량한 풍속, 특히 일부일처제라는 사회의 기본 윤리질서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입니다. 그러나 甲은 이미 반사회적 행위를 원인으로 아파트라는 재산을 ‘급여(지급)’하였습니다. 이는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에 해당하므로, 甲은 乙에게 부당이득을 이유로 아파트 등기의 말소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아파트의 소유권은 반사적 효과로서 첩인 乙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됩니다.
문제 2: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해주는 대가로 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의 효력은?
정답: 무효이다.
상세 풀이: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하고 사회의 정의 관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를 약속하는 것이므로, 이는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입니다. 따라서 약속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 만약 돈을 이미 지급했더라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 “강행법규 위반은 모두 반사회적 행위다” → 결정적 오개념! 강행법규를 위반했더라도, 그것이 사회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면 제103조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례는 ‘미등기 전매 금지 규정’이나 ‘명의신탁 금지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강행법규(단속규정) 위반이지만 제103조 위반은 아니라고 봅니다.
- “도박빚을 갚는 건 당연하다” → 오개념.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로 하는 약정(도박채무 변제계약)은 그 자체가 반사회적 행위로 무효입니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갚을 의무가 없습니다.
- 제103조 위반 → 사회가 용납 못하는 계약 (첩 계약, 범죄 계약 등).
- 효과 → 절대적 무효 (선의의 제3자도 보호 불가) + 불법원인급여 (준 것은 못 돌려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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